배달 수수료 인상 ‘모두가 울상’

강사윤 기자 / 기사작성 : 2020-09-07 02: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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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 점원 A씨는 최근 몇 번 배달업체에 ‘웃돈’을 줬다. 배달 주문은 계속 들어오는데, 배달해줄 사람이 없는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30분 약속했던 주문이 1시간으로 종종 밀렸고, 업체로부터 ‘배달원이 없다’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 “어떻게든 배달이 가야 하잖아요. 주문 물량이 많거나 하면 앱에 뜨는 수수료보다 배달원께 조금 더 챙겨드리겠다고 해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배달 수수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수도권에 강화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2.5단계)가 도입되면서 배달 주문이 늘자 일부 배달 대행업체는 배달 수수료를 올렸다.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은 상승한 배달 수수료만큼 자신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불만을 표한다. 일부 배달원들은 늘어난 수수료가 자신들의 수입과 업무환경 개선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달 29일 배달 대행업체 ‘생각대로’ 노원지사는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 시행을 앞두고 배달거리 500m당 기본 수수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렸다. 해당 업체는 공문에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하는 만큼 가맹점 사장님들의 많은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업소에만 인상분을 묻는다면 부담이 많이 될 것”이라며 “배달 팁을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방법으로 권유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식당이 인상분을 부담하는 대신, 음식 가격 혹은 배달팁을 더 받으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배달 수수료 인상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인천 남동구의 이모씨(30)는 “재택근무 때문에 배달을 자주 시켜 먹는데, 갈수록 최소배달금액이나 배달료 자체가 오르는 느낌”이라며 “김밥처럼 가벼운 분식을 시켜 먹으려 해도 부담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도 배달료 인상으로 “부담이 늘었다”고 말한다. 서울시와 인천시·경기도가 함께 만든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지난달 27일 수도권 배달앱 가맹 음식점 2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맹 음식점 79.2%는 배달앱사에 지불하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답했다.

배달노동자 역시 수수료 인상이 달갑지만은 않다. 수수료가 높아진 건 일시적 현상일 뿐, 기본 배달 수수료는 3000원 남짓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원의 수입이 기본 배달 수수료와 배달앱 등이 진행하는 각종 프로모션에 따라 결정된다고 전했다. 프로모션에 따른 추가 수익이 크면 수입 규모가 커지지만, 추가 수익이 적을 땐 수입도 줄어든다. 3년차 라이더인 김모씨(49)는 “지금처럼 일이 몰릴 땐 수입은 좋지만 배달 건수가 너무 많아 위험하게 운행한다. 반대로 평소엔 배달 수수료가 낮아 최대한 배달을 많이 하려다 보니 무리해서 운전한다”고 말했다.

정작 배달 대행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배달 대행업체 간 라이더 수급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대형업체가 프로모션을 진행해 돈을 더 준다고 하면 라이더 입장에선 그쪽 일을 하게 된다”며 “생각대로 등 일부 업체도 고육지책으로 배달료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생각대로 노원지사 측은 500원 인상된 수수료를 모두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팀장은 “배달노동자를 직고용하는 것이 지금의 혼란을 해소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다수 배달원들이 명목상 프리랜서 지위를 유지하는 한, 배달업체와 배달 요청 건을 ‘골라 잡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구 팀장은 “배달 대행업체나 자영업자 모두 안정성 있는 배달 서비스 제공을 원한다면, 플랫폼 위주의 현행 배달업계 작동 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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