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출간

이문수 기자 / 기사작성 : 2020-07-20 01: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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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채문사, 2020년 / 쪽수 160페이지 /

크기 107 x 206mm (포켓 사이즈) / 정가 9,000

 

시집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는 박미산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시집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는 꽃들의 발소리가 자박하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들꽃들, 명멸했다가 사라진 탐스런 꽃들, 시인과 아주 가까운 꽃들이 박미산 시인의 인생을 구성하는 존재들로 ''로 형상화하고 있다

 

지나가던 육지 바람이 들어가자/ 바다다방이 둥둥 뜬다/ 그녀도 붕붕 떠서/

바람과 바람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출렁이는 물빛 너머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술에선 풍경소리가 새어 나온다 /잘 삭힌 홍어 같은,/ 그동안 잊었던 육지 바람이/ 그녀의 풍경을 흔들고/ 다방 안엔 모처럼 그녀의 해맑은 풍경소리가 가득 찬다// 한구석에 독사처럼 웅크리고 있던 바람이 담뱃불을 붙인다/서울에서 대구로/ 목포에서 흑산도로/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훑어 내리던 담배 연기가/ 그녀 뒤통수를 휘감는다/그녀가 물속에 고꾸라진다/쌍화차에 빠진 대추처럼/커피포트는 좁고/손에 갇힌 물,/ 물에 갇힌 손,/ 수평선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그녀를 묶고 있다


-흑산도 바다다방에는 양양이 있다전문

 

유배와 절망의 땅이었던 흑산도는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게 변한 곳이다.

흑산도 부둣가에는 생선가게, 식당, 술집, 여관, 다방 등 잡다한 점포들이 있다.

바다 다방엔 서울에서 대구로, 목포에서 흑산도로 팔려온 양양이 있다. 우리에겐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아름다운 섬 흑산도이지만, 그녀에겐 절망의 땅인 흑산도이다. 그녀는 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망망대해에 떠 있다. 이처럼 박미산 시인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들꽃 같은 바다다방의 양양을 불러낸다.

 

도르르 말려있는 가슴이 콩닥콩닥/처음 초대받은 그녀/좀꽃마리처럼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는데/문제가 들리지 않는다/온몸을 비틀어 짜야만 나오는 글자//기억의 꼬리를 붙잡고/문자의 줄기들을 끌어모은다/ 깜빡 깜빡거리던 백열등 아래/ 늙은 책이 바스라진다//

패자부활전이다/학교에 가지 못했던 유년의 기억을 깁는다/순간, 글자들이 꿈틀대며 백지 위를 기어간다/등짝에 땀방울이 흐른다/ 말라버린 꽃들이 수런거린다//

폭죽이 터진다/하늘이 된 그녀, 영숙에게/채송화, 제비꽃, 냉이꽃이 박수친다/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서도 부끄러워/골든벨 뒤에 숨는다

               

-골든벨전문

   

▲ 국어국문학 박사이자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인 박미산 시인 

 

박미산 시인은 한글을 배우지 못한 분들을 가르쳐서 시집 잠자는 나를 깨우다(서정시학, 2006)늦깎이 시인, 날개를 달다(채문사, 2019)라는 수필집을 출간했다.

골든벨은 박미산 시인의 늦깎이 제자로 초등학교를 중퇴한 김영숙 씨가 겪은 일이다. 늦깎이 학생이 된 그녀는 문해 학습자들의 한글 경연대회에 나간다. 문제가 나올 때마다 머리가 하얀 백지로 변한다. 문자의 꼬리를 백지에서 붙잡으려다가 예선에서 떨어졌다가 패자 부활전에서 부활하여 결승전에 나간다. 영숙 씨는 마지막 승자가 되어 그녀에게 승리의 폭죽이 터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결승전을 함께 치렀던 그녀들이 영숙 씨에게 손뼉을 친다. 골든벨을 탄 영숙 씨에게 카메라 세례가 터지지만, 그녀는 부끄러워서 숨고 만다.

 

▲ 국어국문학 박사이자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인 박미산 시인 

 

박미산 시인은 채송화, 제비꽃, 냉이꽃 같은 그녀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마치 이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없는 사람들을 불러내어 이 세상에 오롯이 드러내 보인다.

 

이 시집 34부의 시도 감정이 과잉되거나 주류적 힘에 편승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부드러운 긴장을 안기고 있다. 시집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는 유성호 교수의 평설대로 "독자적 사유와 감각으로 삶을 새롭게 기억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경험적 의미를 부여한 시이다. 인물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해서 한 번쯤은 꼭 읽어볼 만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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